미국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두 번째로 시도한다. 사상 초유의 의회 폭동 사건에 대한 선동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임기를 불과 10일 남겨둔 대통령을 굳이 탄핵하려는 건 그의 2024년 대선 재출마를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9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은 빠르면 11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상정하고 다음주 중 표결 일정을 잡을 예정이다.
지지자들의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로 탄핵 위기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측근들과 의회 폭동을 계획적으로 부추겼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이 지지자들에게 과격 시위를 선동한 정황이 속속 확인돼 이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3일 대선 이후 수 주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은 각종 언론 인터뷰, 연설, SNS에서 선거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면서 지지자들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시드니 파월 변호사,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선거 사기’ 주장에 앞장섰다.
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기소를 준비 중인 워싱턴D.C. 연방검찰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폭력시위 선동 혐의 적용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을 조기에 퇴진시키기 위해 수정헌법 25조를 즉각 발동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이 그 권한과 의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 부통령과 행정부 각료 과반수의 동의 아래 부통령이 대통령 권한을 대행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만약 대통령이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면 상·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 찬성할 경우 직무가 정지된다.
WSJ의 분석 결과 지난해 11월 대선일부터 의회 폭력 사태가 있었던 지난 6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 변호사, 주요 지지자들은 트위터에 선거 사기 관련 글을 200회 이상 올렸다. 900만회 이상의 ‘좋아요’를 받은 이 게시물들은 350만회 가까이 리트윗되며 급속도로 확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뒤집기’ 시도의 첨병 역할을 하는 파월 변호사가 총 116건의 트윗을 게시했고, 줄리아니가 32건으로 뒤를 이었다.
린 우드 변호사는 대선 이튿날 “국가가 내전 직전이다. 남북이 아니라, 진실과 거짓의 대결”이라며 “자유를 사랑하는 미국인들은 진실의 편이고, 사회주의·공산주의·세계주의자들은 거짓의 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1월 7일 미국 언론들이 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선언하자 트럼프 지지자들이 중국이 침투한 정당, 지역, 주, 연방 정부와 싸우고 있다는 식의 ‘전쟁’ 발언을 이어갔다.
11월 13일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에 출연한 파월은 “이는 본질적으로 새로운 미국 혁명”이라며 “이 나라가 자유롭기를 원하는 사람은 지금 당장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날 플린 전 보좌관은 ‘트럼프를 위해 싸우라’(#fightfortrump)는 해시태그를 써가며 “이것은 미국이 지금까지 직면한 적이 없는 심각한 헌법상의 위기”라고 주장했다. 11월 19일 줄리아니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어떻게 하면 미국연방수사국(FBI)을 정신 차리게 할 수 있냐”며 대선에 대한 사법부의 개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WSJ은 지난달 14일 주별로 실시된 대통령 선거인단 투표에서 바이든의 승리가 공식화하자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은 다급해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8,80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 트위터에서 “이번 가짜 선거를 더는 견딜 수 없다. 공화당은 움직여야 한다”고 썼고 19일에는 “1월 6일 워싱턴DC에 큰 시위가 있을 것이다. 그곳으로 와라. 거칠 게 갈 것이다”라는 트윗을 올렸다.
우드 변호사는 바이든 승리가 공식화되자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은 상황이 불안해질 경우 여분의 식량을 보유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2일에도 플린 전 보좌관은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싸움을 계속하라고 지지자들의 결집을 호소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시위대가 의회로 행진하기 전 연설에서 “대선 불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절대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군중을 지지했다. 연설이 끝난 뒤 시위대는 의회로 행진했고, 저지선을 뚫고 의사당 내부까지 진입해 의회를 대혼란에 빠뜨렸다.
만약 다시 탄핵소추안이 의결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재임 중 처음으로 두 차례 이상 탄핵소추를 당하는 대통령이 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하원에서 탄핵소추 됐지만 공화당의 장악한 상원의 반대로 탄핵을 모면했다.
국회의 탄핵소추 이후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하원이 탄핵소추를 하면 상원이 탄핵심판을 맡는다. 탄핵소추안은 하원의 과반수 이상 찬성으로 처리되지만, 탄핵 결정은 상원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하원이 탄핵소추안을 가결한다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중 탄핵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조사와 청문회 등 통상적 절차에도 시간이 걸리지만, 무엇보다 현재 상원 일정상 오는 20일 퇴임 전까지 회의 개최가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이뤄지더라도 이는 임기 종료 이후가 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미국에선 공직자의 임기 이후에도 탄핵이 가능하다. 지난 1875년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 시절 윌리엄 벨크냅 전쟁장관이 뇌물 혐의로 사임했으나 상원은 탄핵 심리를 진행할 권한이 있다고 판단했고, 실제 유죄 판결이 나왔다.
이처럼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퇴임 후 탄핵을 시도하는 것은 상당한 팬덤(열성적 지지층)을 보유한 그의 2024년 대선 재도전을 막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에선 탄핵시 의회가 별도의 의결을 통해 이후 공직 취임을 제한할 수 있다.
미국 대통령은 중임이 허용되는데, 꼭 연임일 필요는 없다. 미국 22대 대통령 그로버 클리블랜드도 재선에 실패해 한차례 백악관을 떠난 뒤 4년 후 다시 24대 대통령에 취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의회의 대통령 당선인 확정 직후 성명을 통해 "절서있는 정권 이양이 있을 것"이라며 처음으로 승복하면서도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여정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대권 재도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미 사법당국은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폭동을 벌인 시위대에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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